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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날아라 나는 내려간다....
추억소환 냄새 본문
냄새에 국한해 어린시절을 되돌아 보자
시골의 저녁냄새는 소죽을 끓이거나
밥짓는 매캐한 연기냄새가 떠오른다.
소죽이야 가마솥에 가득 끓여대니
쉬이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큰 가마솥에
서너식구 먹을 작은 양의 밥을 기술적인
불조절을 통해 어떻게 그렇게 맛있는 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들의 능력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부산에서의 어린시절 저녁냄새는
밥타는 냄새가 대부분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꼭 한집씩 밥을
태우는 집이 있어 동네아이들이나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밥 탄다고
크게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때는 반찬이 다들 시원찮아서인지
특별한 음식냄새는 떠오르지 않고
잘된 밥냄새와 밥이 누르가는 구수한
냄새만 기억에 남아있는것 같다.
요즘에는 집에서 한발짝만 나서면
쉬이 상권을 접할수가 있어 술집이야
음식점이야 거기서 풍겨나오는 갖가지
음식냄새를 맡을 수 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토속적인 음식냄새와
더불어 빵굽는 냄새, 피자나 파스타, 중국음식
냄새도 어렵지 않게 맡을수 있고 식욕을
자극하는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다.
가끔 휴일 주택가를 지내 목욕탕을 갈때면
무허가 집성촌 가정집에서 풍겨나오는
김치찌게 냄새나 된장냄새가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어릴적 그 냄새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꼭 어머니가 해 주셨겠거니
기억이 조작되기도 하는 냄새다.
어릴적 할머니나 어른신들이 드시던
심심한 무나물이나 콩나물에는 젖가락이
가지않는 것은 물론 냄새조차도 맡기 싫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짜게구운 생선이나 계란찜, 고추가루가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만 먹어댔고, 그런 반찬이 없을때는
그냥 된장과 김치로만 허기를 채우고 구수한
누룽지로 배를 불리곤 했다.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는 40년이
넘은 곳으로 아들세대들이 다들 분가하고
어른신들이 많이 사시는데 여기 저녁냄새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어릴적 그렇게 싫었던 심심한 반찬 냄새가
그리 좋을수가 없고 가끔씩 끓여대는
김치찌게와 된장냄새는 어린시절은 아니지만
먼 과거의 추억들을 소환해 내기에 충분한
냄새다.
저녁약속을 나가는 발걸음에 아파트 단지내에서
풍겨나오는 그런 냄새들이 서툴렀던 아내의
음식솜씨와 지금은 병상에 계시는 젊었던
어머니를 동시에 소환해 내고 조작된 기억이던
올바른 기억이던 내 머리에 저장된 그 냄새와
관련된 모든 추억들을 떠오른게 만든다.
하얀쌀밥이든 거머튀튀한 잡곡밥이든
새로 지은 그 밥에 심심한 무나물
콩나물과 김치찌게나 된장찌게에
배불리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며칠째
하고 있지만 도무지 해주질 않는다.
띠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