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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날아라 나는 내려간다....
사량도 본문
가지마라, 왠만하면 안가는데 심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뻐꾸기 온몸으로 울었고 사량도는
온몸으로 기어 올랐다.
세월이 지나 늙기도 했지만 겨우 400미터
종주산행이 길고 멀기도 했지만 이렇게
힘들고 힘든 산행은 기억에 없다.
부산에서 두시간 통영으로 가서 배로 40분을
더 들어가서 시작해야 할 산행이기에 아침일찍
나섰다. 감기기운이 조금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몸을 조금 움직이고 맑은 공기를 쐬면
나아지리라 희망섞인 자기최면을 걸며 아직은
어두운 새벽길을 동생들과 나선다.
근 30여년만에 찾는 곳이라 밧줄을 탄 기억만
있고 나머지 기억은 송두리째 지워진 곳인데
산행대장인 동생도 힘든 산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힘들것인지 전투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며 등산로 초입을 마주했다.
처음 30분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3시간여 남짓을 거의 기다시피 오르고
내려야할 정도로 길이 험하고 디딜곳도
쉬운곳이 없다. 온산이 칼바위고 깎아지른
계단, 돌산은 기어다니지 않고는 도저히
헤어나갈 방법이 없다.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알고 왔는지 독일인
러시안인 관광객을 셋이나 만났다. 인터넷
서치로 알고왔다니 어쩌면 나보다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저 정도 길은 양반이다. 옆으로 깎아지른 등산로는
위험하기 짝이 업었고 조심스레 걷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서너배 더 주의와 체력소모를 요구한다.
힘든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15년전 지리산을
오를때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곳 등산로 명도 지리산코스다.
상도에서 하도로 이어지는 막바지 길에는 다리를
들 힘이 없어 손으로 다리를 들어 옮겨야 할 정도로
체력이 방전이 된 와중에 경치는 왜 이다지도 좋은지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고진감래가 아닌가 한다.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길은 직각으로 세워진
계단과 돌무더기를 밟고 내려오는 길이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무릎도가니가
다 터지거나 닳아 없어지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힘이든다. 이쯤되면 산행후 따듯하고 차가운물에
몸을 담그는 감내의 생각으로 버티는데 이제는
마부작침 인고의 세월처럼 느껴지는 하산길이
되고 말았다.
배시간을 맞추기위한 산행대장의 속도는
자비가 없다. 다음배를 타면 되기 않겠다는
생각이 골천번도 들었지만 아직은 그걸 허락할
자존심은 아니었는지 정신이 없었든지 그렇게
미친듯 따라가게 된다.
4시간을 물한모금오로 버틴터라 내려오자마자
탄산수로 허지진 배를 달래고 우여곡절 하산후
3시간만에 부산서 가진 저녁자리는 후덜거리는
다리와 너무나 지친 심신상태로 한숟갈 떠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부분은 힘든 산행이후에는 해냈다는 생각이
지배했는데 이번 산행은 죽지않고 살아왔다는
안도감이 지배한다. 이 정도되면 산행에
질릴만도 하건만 또다시 따라나서는 내가
동생들은 마냥 신기하단다. 그게 산의 매력이지..
어쨌든 저쨌든 사량도는 충분히 아름답고
한번쯤 오를만하고 당일도 많은 등산객들이
찾았지만 왜만하면 가지말고 익숙한 산꾼들
이라면 모를까 초보들이 어설프게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수 있는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아담한 시라소니같은 곳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