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날아라 나는 내려간다....

아버지의 곰탕 본문

잡설

아버지의 곰탕

oriwallace 2024. 8. 27. 12:09
728x90

대부분의 아들들이 그렇겠지만 아버지는

나의 영원한 스승이다. 살아서의 가르침도

그때그때 많은 삶의 지혜를 제공했지만

돌아기신 뒤에도 끊임없이 옆에서 나를

지켜보시는 듯 그렇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어려서 몰랐던 가르침들이 살아가는 내내

뱡향을 지시했고 경계를 시켰고 또 들고 남을

인도하는 등대나 방향타와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또는 새삼 어떤 상황을 맞이할때마다

느끼게 하는 존재가 아버지다.

 

돌아가신뒤 단 한순간도 잊은적 없는

선친은 살아계실때는 뭔가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마음속 자식에

대한 사랑이 하늘과 같았음을 이제야 알고 있지만

그때는 늘 무심하셨고 어릴적 추억은 기억에 남아

있는게 별로 없고 너무 일찍 돌아가신 탓에 아버지를

자식된 도리를 다해 모신 기억은 전무하다.

 

부전자전 나와 아들의 관계도 그렇게 무덤덤하다.

어릴때는 늘 품안에 있을것만 같았지만 세월이 갈수록

같이 있는 시간도 말수도 같이 줄어들어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딸아이는 조금 낫기는 하지만

그것도 아귀자귀 함이 없이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가정이 되고 말았다.

 

어릴때나 학창시절에 나름 이해를 한다고 했는데

돌이켜보면 가부장적 가정교육을 했었던것 같고

그런것들이 쌓이고 쌓이는 만큼 그렇게 아이들과의

거리도 비례해 멀어졌던가 아닌가 생각한다.

 

8남1녀의 막내로 태어나신 아버지는 어릴때부터

병약하셨단다. 할머니가 50이 다되어 출산을 했으니

태어날때부터 얻은것 없이 그냥 살아숨쉬는 생명체로

오늘갈지 내일갈지 모르는 그런 상태로 못먹고 못입고

자란 그 몸이 오죽했겠냐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머리는 제일 나아 그때도 어렵다는

공기업 공채 1기로 입사해 일찍 시골을 떠나 부산으로

이주했고 그런 연유로 시골의 대소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애 했으니 시골집 드나드는 일이 밥먹는 일과

같은 일이 되버렸다.

 

국민학교에 들어갔는지 그전인지 그날은 시골

큰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또 시골을 향하게 됐다.

아침일찍 밀양역에 도착했고 부산스런 시골집을

번거롭게 할수 없다며 역전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가자신다. 

 

밀양읍에서 공부를 하실때 먹을것이 없어 빈 쌀자루를

들고 시골까지 40리 길을 쌀을 얻으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곤 하셨다는 선친은 입이 짧으셨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국밥 종류를 상당히 좋하셨단다. 물론 나는 모르는 사실이었고...

 

그중에서도 그렇게 구수하다는 곰탕을 즐겨자셨고

그날도 겨울 역전앞 뿌연 수증기를 내품는 식당에서

곰탕을 시키셨고 나도 당연히 그걸 먹을줄 알고 같이

시키셨는데 나는 곰탕의 냄새가 역겨웠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켜논 음식앞에 투정을 부리니 어머니가 안절부절

억지로 떠먹이고 나는 거부하고 하는 통에 아버지가

화를 내시고 말았다. 상가집에 가는 맘이 편치 않으셨을텐데

나까지 그 모양이니 얼마나 언짢어셨겠는가 지금 생각해도

아무리 어린나이지만 너무 철딱서니가 없다 부끄러운 기억이다.

 

이후 한번도 그와 연관된 일을 떠올린 일이 없었는데

우연찬히 유명한 설렁탕집에 있대서 같이 가잔다.

언제부터인지 알수 없지만 곰탕 설렁탕을 수시로 찾아먹을 만큼

입맛이 변했고 그날도 아무런 생각없이 갔는데 그때 아버지와의

일이 불현듯 떠올라 잠시 먹먹한 마음을 애써 숨기느라 혼이났다.

 

왜 국밥을 먹을때마다 한번도 그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그날 그 유명한 설렁탕집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곰탕을

시켰고 다음 언제 어디에서든 국밥을 먹을때마다 그리도

국밥을 사랑하셨던 아버지를 또 한번 기억해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때 아버지가 짊어지셨던 삶의 무게를 알고 있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부단히 닮으려는 노력은 했다.

그런 이유를 전제로 한다면  아버지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늘 아들의 마음에 살아 아픔과 슬픔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반응형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려오…..  (1) 2024.08.28
융단폭격  (1) 2024.08.27
거지탕  (0) 2024.08.26
졸도  (1) 2024.08.26
작은 문제해결 큰 기쁨  (0)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