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날아라 나는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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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wallace 2024. 7. 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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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우중산행 이후 얼마만에 보는 햇살인가

피곤해서, 날씨탓으로 5일간 나가지 못했던

산책길에 나섰다. 무더운지 시원한지 분간이

잘 안되는 산책로는 한적하고 쾌적했다.

 

발걸음이 한결가벼워 억지로라도 나가야했던

산책도 가끔씩 쉬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시절 부모님들이 모임을 만들어

집을 돌아가며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던 모습이 퍽이나 부러웠다.

 

온전히 자신들의 의지와 경제력으로 모이고

갖가지 음식을 마련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어른이 되면 저럴수 있을까 늘 의문이었다.

 

혼자 살아가는게 두려운건지 외로운건지

학창시절에도 삼삼오오 끼리끼리 여러저러

모임을 만들어 고만고만한 것들이 어울려

다니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선배들의 끊임없는

모임행사가 그렇게도 부러울수가 없었다.

근처에 가지도 못하는 하늘같은 선배들과

저녁을 했네 누구누구와 만났네 하는 모든

것들이 나와는 별개의 삶인 듯 바라보곤 했다.

 

동년배의 친목이 아니라 학연, 지연, 특정부서 등

이러저러한 연으로 끈끈하게 이어가는 그러한

연들이 퍽이나 부러웠던것 같다.

 

세월이 지나 나도 그나이가 되었고 자연스레

굳이 따라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따라하고

분주했지만 그런 모임들은 어릴적 내가 생각했던

그런 생각들이 전혀 오버랩되지 않았다.

 

몇몇의 독선이나 구성원간 불화, 특정인을 위한

모임으로 변질되거나 스트레스가 더 많아

줄이고 줄여 종내에서 아무런 모임도 갖지 않고

퇴직을 맞았다.

 

과거 형이 목욕탕에서 늘 만나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어울린다기에 참 별나다 생각했다.

워낙 발새가 넓고 사람좋아하는 이라 충분히

그럴만하다 여기긴 했지만 세상에 그런일도

있는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만나고 어울리지 않으면 부딪힐 일도 없으리라

그렇게 극한으로 몰아가며 혼자만의 일상을

지향했지만 역시 세상은 내맘의 결정을 결코 그대로

허락하는 법이 없다.

 

같은 시간대 만나지는 달 목욕 사람들을 만난지

수년이 지났다. 자연스레 인사와 일상을 나누고

가끔 같은 건물내 커피숍에서 커피나 한잔씩

하던 사람들중 도플갱어가 있어 저녁이나 등산을

다니자며 돈을 걷어 자연스레 모임이 형성됐다.

 

지게차 운전수, 퇴직한 회사원, 교원공무원,

과일도매상 사장, 소규모 수입업자, 백수,

부산을 대표하는 현직 조폭까지 거야말로 다양하다.

 

상하관계가 예의바르고 깍뜻하고 서로의 개인사는

일절 불문이고 공통의 관심사로만 웃고 떠드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어떠한 경쟁도 바람도 없으니 여지껏 이어온 연이나

모임중에 가장 편하고 바람직한 모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또 어떤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수는 없지만

남은 생을 생각하면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라 여겨진다.

 

농담삼아 알몸회라 칭하고 그렇게 이어가다

정기모임에서 조사모로 명칭을 좀 고상하게

하자해서 그렇게 했다만 나는 아직도 알몸회라

부르고 다닌다. 

 

다 까놓는 만남이 진정한 것이고

어떠한 이익도 추구하지 않고

하나라도 서로 내놓려는 우리 알몸회가

나는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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