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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여행이란.....

oriwallace 2023. 1. 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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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나....
오래된 일이다만 평생을 괴롭히는
트라우마의 한 파편이 있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아직은 어린
애들과 함께 온 가족이 신혼여행길을
되짚는 여행을 간적이 있다.

차안에서 무슨 날만 되면 내놓는
푸념섞인 아내의 레파토리가 시작됐다.
생일이고 결혼기념일이고 뭐던
챙기는게 없는 니 아빠를 닮지 말아.....
말은 애들을 향하지만 숨겨둔 비수는
나를 향하고 있음을 안다.

그냥 그렇게 나만 아는 무안함으로
지나면 될일을 10살먹은 아들놈이
대화에 끼이고 싶은지 결혼한지 얼마나
됐냐고 아내에게 묻자 10년이나 됐고
한번도 챙긴적이 없다고 쏴 붙인다.

이때라도 아들놈이 가만 있던지
엄마를 위로해야 했다.
건데 아무리 아빠지만 10년이나
된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의기양양하게 답을 한다.
그날 둘이 맞아 죽을뻔 했고
30분간 대화단절의 벌로 마무리가 됐다.

기억 둘.....
2002년 해외여행 칼자루를 쥔 나를 꼬드겨
비행기도 못타는 놈을 기어이 끌고 유럽으로
여행을 가게 한 놈이 있다.
내가 가야 지놈도 다른 두놈도 갈수 있으니
비행기를 못타 못간다는 사람을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해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만들었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시차
아무것도 입에댈 수 없는 음식,
난생처음 접해본 문화에 대한 이질감,
알아듣거나 말할 수 없는 언어 등등...

그런 와중에 이새끼는 그렇게 잘 돌보겠다 해놓고
알뜰살뜰 챙겨온 각종 해외용 음식도 주전부리도
저만 쳐먹으며 다년간 쌓은 해외경험을 토대로
그 여행을 아주 만끽하고 다닌다.

아침마다 뭘 물에타서 먹길래 뭐냐고 물으니
매실액을 타서 마시며 소화를 돕는단다.
열불이 나서 그런거는 미리 좀 알려주던지
갈라 먹어야지 혼자만 처먹냐고 포크를 던지고
나왔다. 여행내내 관계가 서먹할 수 밖에.....

혼자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친구든 가족이든
그 누구가 됐건 관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건 여행의 거리와 꼭 비례한다는게 내 경험이다.

국내여행이라도 지형이 다르고 말과 물이 다르니
약간의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이다.
하물며 해외여행은 시차와 그를 따르지 못하는
몸상태로 평상시 온전한 성정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런 상태를 알고 언행에 신중을 기하면
모두가 편하지만 부지불식간 불만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모두가 불편해 진다.

명절을 끼워 선후배 넷이 다녀온 해외여행의
앙금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다행이 제일 나이많은 내가 없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긴 하다만 봉합수술은
내가 맡아야겠기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여행이란.....
일상과 유리된 곳에서 새로움을 충전하고
모두의 화기애애함을 추억해 또다른 동력으로
삼을 수 있지만 너와 내가 놓치기 쉬운
사소한 배려나 흥에 들뜬 부주의한 언행으로
관계단절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역마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혼자도 좋고 모든 관계가 파탄이 나도 좋으니
여건이 되는 사람끼리 해외여행이란걸
주구장창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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