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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연(緣)의 굴레

oriwallace 2022. 10. 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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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자리를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들어설때와 물러날때, 설 자리와 누울자리....

계획한 일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기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나의 의지로 알아내고

실행을 할수도 있겠지만 온갖 연으로 얽힌

굴레를 벗어나기란 나의 의지와 무관할때가

더 많다.

 

사회생활을 하며 맞닥뜨려야 할 어지간한 일들을

모두 겪었고 필요에 의해서건 그 반대건

진실한 관계건 아니건 맺어야 할 인연도

도가 넘치도록 얽히고 설켜있었다.

 

그 무수한 인연이 어느순간 무의미해졌고

남은 삶을 방해하는 굴레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오래도록 나를 지배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400명 남짓 인연가운데

100여명 이상은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만나 지금은 누가누군지 알수도 없고

200여명 이상은 알기는 하지만

연락이 두절된지 오래고

남은 사람이라곤 가족과

이따금씩 안부를 묻는 그런 사람이다.

 

그 또한 내가 필요할때보다 그들의 필요에 의해

연을 이어나가야 하는게 늘 힘들고 부담스럽다

조금씩 조금씩 멀리하고 침잠하며

많은 연을 정리했고 퇴직을 기점으로

남은건 가족과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연만 남겼다.

 

3천명이니 4천명이니 저장된 전화번호를

자랑하는 사람들은 그걸로 무슨 연을 구하는지

알수 없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나와 크게

다를바 없지 않을까 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얻게된 새로운 직장에서는

그런 연을 만들지 않고 그렇게 될것이라 기대했다.  

길게 남지 않은 사회생활을 여기서 정리하고

굳건한 의지로 남은 삶은 내가 주도하고 계획한대로

그렇게 실행에 옮길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나의 바람대로 될 것만 같았다.

 

내맘대로 되지 않는건 여기나 저기나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아니 벗어난다 하더라도

숨쉬고 살아있는한 내 의지가 반영될 만한 그런 영역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봐도 종국에는 혼자남을거란걸

뻔히 알면서도 새로운 연의 굴레를 매몰차게

거부하지 못하는 건 내 의지박약인지 내 의지를

무력화 시키는 이 사회의 압력인지 알 수 없다.

 

이 나이에 술상무를 하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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