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정확한지 그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과거 어른들 말씀이
"물 낭비하는 놈이 낭비벽이 가장 심하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동의할 수 없는 얘기다.
아프리카의 물 기근으로 인한 고통과
중국과 유럽의 석회수, 내가 1년간 살았던
호주의 물 절약정책이나 국민들의 생활화된
물 아끼기와 대비해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물은 턱없이 여유롭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오래전부터 물부족 국가라고는 하지만
산이고 계곡이고 강이고 넘쳐나는게 물이다.
간혹 가뭄이 심하거나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소비되는 물의 양이 국민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한계선
밑으로 내려간 적은 없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내것이 아니라거나 공공의 것을
개념없이 펑펑써지는 않지만 물로 인해
고통받는 나라의 사람들 보다는 여유롭게
쓸 수 있다 생각되고 그렇게 써대고 있다.
우리나라가 물 가격이 싼 편인 이유도 있지만
수도요금으로 인해 신경을 쓰거나 고통을
받은 기억도 없고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다.
지난 금요일 날씨가 많이 온화해졌다는
예보를 믿고 겨울 티 한장에 덧 옷도없이
15년된 버버리를 걸치고 나갔다 하루종일
떨며 얼어 죽을 뻔 했다.
옷이 낡아 보온기능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내몸이 그때보다 약해져 그럴수도 있었지만
순전히 집에 보일러를 켜지 않아 냉골에서
냉골로 이동한 탓에 생긴 일이 틀림없다.
어지간히 보일러를 가동시켜도
15만원 내외를 상회하는 가스비가
33만원이나 나왔다며 본인을 포함한
다른 이들은 모두 놔두고 나를 콕 찝어
눈에 쌍심지를 켠다.
내 집에서라도 좀 따듯하게 지내자며
주구장창 틀어댄 보일러 탓이라며
추위를 잘 이겨내지 못하는 중 늙은이
면박을 주는데 주저함이 없다.
혜택은 같이 받고 욕은 나만 먹으니
많이 억울했지만 달라들기는 난망하다.
여름 전기 누진제가 시행되던 어느해 여름
애들이 집안 전체에 몇날며칠 하루종일
에어컨을 가동시켜 전기세가 70만원이
나온 이후 두번째 날벼락이다.
바깥 기온에 상관없이 틀어대는 보일러를
영하 5,6도가 돼도 켜주질 않으니 두터운
잠바를 입고 냉골에서 기거해 몸 속의
냉기가 빠지질 않고 컨디션이 좋을리가 없다.
전기나 가스는 없는 살림 생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정내 소비재다.
그래서 석유나 가스가 펑펑쏟아져
나오지 않는 이상 얼어죽거나
쪄 죽더라도 아껴쓰는게 맞다.
어린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
하고싶은거 먹고싶은거 쓰고 싶은거
맘대로 다하고 산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나 또한 하나도 못하며
살고있는 그런 사람중 하나다.
그래도 언제가 될지 알수 없는
수돗물 날벼락을 맞을때까지는
물 하나 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원없이
맘껏 써고 싶다 생각을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으면서 하게됐다.
그날 아침 찬바람 속에서 스치듯
맡아진 가냘픈 봄내음은
와중에 퍽이나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