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웅령
오늘은 등반대장이 개인사정으로 참여를 못하게돼
어줍잖은 반풍수들 셋이 가벼운 산행을 하기로 했다.
어린이대공원(성지곡수원지)를 출발점으로 해서
목적지를 딱히 정하지 않고 시작한 산행이라 오늘의
등반대장은 자주 이곳을 찾는 내가 맡게됐다.
어느 코스를 잡을까 생각을 해본다.
지난번 한번 다녀온 코스를 다시 갈순 없으니
내가 길을 잘못들어 찾아낸 좀 가파를 코스를
선택하기로 했다. 사실 등산로 한구간 코스가
너무 가팔라 나도 좀 자신이 없긴 했지만
다행히 그리 길지가 않아 도전을 해보기로 한다.
평탄했다 가팔랐다 하는 길을 1시간여 지난끝에
마의 구간 입구에 다다랐다. 스틱을 꺼내고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매고 본격적인 준비를 한다.
오래전 올랐던 곳이라 길을 찾아 헤메기도 하고
이리저래 두서없이 오르는데 큰 형님이 자주
올랐던 곳이라며 앞서서 길을 찾아 나선다.
산이 서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가파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발한발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순간 평탄한
능선에 올라선다. 왼쪽이면 백양산 정상이고
오른쪽이면 하산길이다.
백양산이야 수도없이 다녀왔으니 그냥 하산길을
택해 가는데 여러번 그 길을 지나쳤음에도 몰랐던
그곳이 올해 새해 해를 보려 왔던 불웅령이다.
서서히 거슬러 올라와 그리 높이 왔다고 생각을
못했는데 6백고지가 넘는다.
뭐 그리 의미를 둘 만한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상석이 마련돼 있으니, 또 기억에 오래두고자
사진 한장을 남겨보기로 한다.
성지곡수원지는 백양산과 쇠미산을 비롯해
선암사, 불웅령, 애진봉 등 수많은 장소와
등산로를 보유한 애정이 많이 가는 곳이다.
비록 일본놈들이 조성한 곳이긴 하지만 수없이
늘어선 편백나무 숲과 자그만 호수가를 돌아
걷는 산책로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훗날 큰산을 오르기 힘들때에도 이곳만은
늘 곁에 두고 몸을 움직일수 있을때까지
오르고 걷고 할 마지막 장소가 될게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