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 가지산 1,241M
아침 날씨가 꽤나 쌀쌀하다.
바람도 여간 아니라 옷을 여러벌 챙기고
여름 등산이 어제 같은데 겨울 자켓을
걸치고 준비에 나섰다.
등산을 끊은지 15년이 넘은터라
가지산도 15,6년 만이고 겨울장비도
어디에 박혀있는지 버렸는지 기억도
없다. 버너나 렌턴 등 몇가지 장비는
무인도에 기거하는 친구에게 남기고
온것도 있으나 장갑이니 겨울바지
티셔츠 등은 찾기가 여간아니다.
그래도 이곳저곳 구석구석 물색을
하니 15년여를 꼼짝없이 쳐박혀 있던
장갑이니 바지니 자켓, 아이젠 등 장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파커가 오래돼서
주문을 해놨는데 사기를 당했는지
확인도 안되고 소식도 없다.
글을 쓰는 지금은 오늘 배송이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분이가 좋다.
등산로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는데
칼바람이 분다. 자켓을 꺼낼까 했는데
오르기 시작하면 또 벗어야하니 일단
참고 오르기로 맘먹는다.
오르기를 30여분 바람바람이 지가
소백산일줄 아는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불어댄다. 이런 바람을 부산근교
산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름에 억수같이 쏟아냈던 땀은 한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바람탓인가 한다.
쉬운곳은 없다고 역시나 힘이든다.
또 포기를 할까 생각하는데 저멀리
정상이 보이고 사람들이 벅적된다.
얼마나 힘들게 어떻게 오르냐하는데
느닷없이 정상을 마주하게 됐다.
생각보다 오늘은 수월하다 여기게된다.
생각보다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건강을 위해 바람쐬러 데이트를 위해
또는 갖가지 이유로 가지산을 찾았다.
역시나 회장 형님은 여자등산객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온갖 잡소리로
일행을 당황스럽게 하고 우리는 이미
저만치 갔는데 아직도 저 밑에서 여자분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아무래도 회장님한테 여자회원을
소개해 드려야겠다.
언제나 그렇듯 내려오는 길이
힘들기는 했지만 집에서 하릴없이
뒹구는것보다 너무나 즐겁고 개운한
몸상태와 성취감을 안겨준 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