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친구가
없는 건 아니다. 매달 한번씩 만나
술잔을 기울일수 있는 친구들도 있고
아직도 현직에 있으면서 퇴직한 형을
선배를 챙기는 후배들도 있다.
선배들이 주를 이루는 골프모임도 있고
거의 매주 등산을 같이하는 조금만
모임도 있으니 그리 외롭다거나
혼자라는 느낌은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일주일을 한달을 일년을
두고 계량해 보면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
많은 선인들의 말이나 가르침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혼자있는 연습을 해야되고
거기에 익숙해져야 된다는 거다.
그런 글과 말과 생각들이 주입이 된건지
혼자라 딱히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모두가 일터로 떠난 빈집에 홀로 앉아
있을라치면 때론 나만 세상에 유리된채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때도 있다.
매주 힘든 등산의 여파로 하루이틀
쉬다보니 아침산책을 게을리하게됐다.
그런연유로 오후 헬스와 목욕을 가기전까지
오전에는 늘 홀로 소파에 앉아 TV시청을
하게되는데 언제부터인지 고양이가 내곁을
떠나지를 않는다.
요 근래 제법 차가워진 공기가 영향을
미쳤는지 고양이는 따듯한 이불이 놓여있는
소파에 몸을 뉘우고 갖은 자세로 잠을 청한다.
나는 나대로 내 적적함을 얘가 알고 이러는가
하는 착각에 귀엽기도 고맙기도 해서 시도때도
없이 쓰다듬어 주는데 싫지 않은지 더 바라는건지
아예 자리를 뺏다시피 누워있어 앉기도 눕기도
불편하게 만든다.
말이 통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때로는 무언의
손짓과 발짓으로 우리는 말이 통하는 사람
이상으로 충분히 교감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오늘도 같이 지내고 있다.
공감이 되지않는 자기만의 얘기를 하는 사람
자기과시로 대화의 시작과 끝을 맺는 사람
들어도그만 안들어도 그만인 하나마나한
소리로 시간을 축내는 사람, 온통 다른사람의
비난으로 일관하는 대화상대, 잘하면 내탓이요
못하면 남탓이라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주는
스트레스보다 말없이 마음을 달래주는
옆에 있는 고양이가 지금은 최고의 친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이른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