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례례
과거 세상이치를 잘 모를때는 모두의 삶이
똑같거나 비슷한 줄 알았다. 먹는 것이
같으니 식재료나 만드는 방법이 같은 줄
알았고 제사를 모시는 방법도 다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얘기를 나눠보면 다 틀리다.
철모를땐 우리것이 바르고 최고인줄 알았는데
집집이 오랬동안 지키며 지내온 방법이 있고
지역마다 집집마다 그 방식이 다 다르다는 걸
알게돼 어느것이 옳다 그러다 할 수 없다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된다.
그래서 처갓집 제사방식은 교본과 너무나
동떨어진 방식이라 내가 조금 손을 봐주기는
했지만 요새는 그것도 잘 따르지 않고
지들 멋대로 제사인지 뭔지도 모를 방식으로
제를 올려도 그냥 그러려니 지켜볼 뿐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같은 국수를 먹어도
고명이 가가례례 천차만별이고 국도 반찬도
같은 재료지만 만드는 방법과 맛을 내는 기술이
다 달라 밥이라도 얻어먹을라치면 입에 맞는
것도 있고 그러지 못한 것도 있다.
근자에 들어서는 산해진미가 있는 어느 식당의
것보다 집에서 김치하나 찌게하나 아내가 내놓는
음식이 최고라 여기게 됐고 같은 연배의 사람들
말을 들어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극적인 조미의
맛보다는 건강한 식단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입맛을 세월이 가려쳐 준 까닭이지 싶다.
건강을 챙기는 일도 마찬가지다.
어떤이는 근력운동을 끊임없이 해야된다하고
어떤이는 일주일 등산으로 충분하니 더이상의
훈련은 무리라고 하고 걷기나 런닝이 좋다고들
하기도 하지만 난 일정한 루틴이 없이 이것저것
섞어서 맘이 동할때마다 두서없이 해대고 있다.
먹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약도 마찬가지다.
별의별 의약품이나 보조식품이 나오는 마당에
어느것이 좋은지 자기체질에 맞는 걸 찾아 먹어야
하지만 그걸 찾아내기란 연목구어가 아닐까 한다.
비타민에 꽂힌 친구놈이 밤낮없이 문자질을 해서
가족이고 뭐고 닥치는대로 멕이라고 연일 난리다.
집에 쌓여있는게 홍삼하고 비타민인데 도무지
줄지를 않아 지겹도록 쳐다보고만 있는데
이놈을 기화로 하나둘씩 챙겨먹어 볼까한다.
효과가 있을런지 않을런지 알수 없고 그 효과가
사람마다 다를거란걸 알지만 쟁여져 있는 것들이
얇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옳은것이든 그른것이든
그렇게라도 정보를 주고 내 건강을 챙겨줄 이가
있다는 사실로 인한 즐거움이 최고의 보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햇볕은 쨍하고 소파옆 고양이는 종일 잠을 청하고
고요한 집안에 홀로 앉아 즐기는 망중한도
필시 내 건강에 도움이 될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