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온다.
과거 일기에 대한 예보가 없거나 부실할때에는
비를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이유는 다르겠지만 도시민들의 마음도 어느정도
짐작이 된다.
그래서 비가 오시려나 비님이 오신다고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심정으로 기다림의 끝을
표현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가끔씩 예기치 않은 피해를 안겨 주기도 했지만
과거의 비는 농사일을 하던 사람들에겐 생명수와도
같았고 도심의 갈증의 씻어내주고 청소해주는
그런 고마운 존재로 늘 인식이 되었다.
장마철이 되면 선친께서도 그 비에 목욕을 하라며
발가벗겨 비누칠만하고 비샤워를 하던 나를 흐믓하게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있고 그렇게 노곤한 몸을
다락방에 뉘운채 거세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나이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기도
했었던 아련한 기억도 생생히 남아있다.
요즘의 비는 과거의 귀한 손님이 아니라
늘 불청객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그 대접도 오락가락 정신나간이에 비유하거나
게릴라라는 전투적인 것으로 늘 대체돼
우리인식에 요즘의 비는 늘 경계의 대상이 된다.
늘 30도를 상회하는 기온으로 지칠대로 지친
요즘에는 과격한 비라도 좋으니 좀 내려
이 무더위를 좀 식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침 일기예보는 소형 태풍을 동반한 비를 예보하며
또 과도한 걱정을 우리에게 안겨주지만 돌이켜보면
오래전 과거에는 충분히 견뎌낼수 있는 비의 양이건만
대책없이 파헤친 도심은 조그만 양에도 늘 허둥지둥
과도한 예방을 우리들에게 요구한다.
아침운동을 나서려는데 비가 조금씩 비친다.
그 핑계로 쉴까 갈까를 고민하는데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마음속은 물론 보는 눈도 시원하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지
알수 없지만 오랜만에 보는 비는 역시나 거칠게 보였고
과거 우리가 애정에 마지않던 비와는 사뭇 달라보인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조금 붙이고 일어났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비치고 매미소리가 낭자하다.
오락가락 게릴라라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요즘의 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