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체질변화

oriwallace 2024. 7. 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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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늘 깨는 시간에 일어났지만 도무지

일어날 엄두가 않나 다시 누웠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렸다.

 

비가 오려면 좀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으련만 먹장구름만 어둑하고

그 어둠의 무게만큼 기분도 억눌린다.

 

체질적으로 술이 잘 맞지 않는다 생각했다.

직장생활을 처음시작하고 이러저러한

술자리에 따라나서면 맥주 한잔에

얼굴이 벌개지고 소주 석잔이면

게워내기가 일쑤였다.

 

술자리는 많아지고 그만큼 게워내는 일도

많아지니 의도한건지 몸이 그렇게 시킨건지

안주를 거의 먹지않게 됐다.

안주를 먹으나 먹지않으나 술이 취하는

속도는 같았고 속은 전보다 편안했지만

게워내는것 같았고 숙취는 오래갔다.

 

숙취로 아침은 괴로웠고 출근은 해야되니

입안 가득히 술냄새를 머금고 벌건 얼굴로

출근을 하고 하루를 버티는 일이 고역이었다.

심지어 숙취를 이기지 못해 화장실에 앉아

졸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오랜세월이 지나 체질이 변한건지

몸이 알아서 거기에 맞춘건지 술이 늘었고

먹는 방법도 터득하고 나니 어느듯

어느 누구와도 대작이 가능할 정도의

술 실력을 가지게 됐다.

 

근자에 와서는 반주로 소주 1병은 거뜬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는 이리저리 해서

소주 한두병과 맥주를 섞어도 다음날 무리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체질이 됐다.

 

심지어 알콜중독이 아닌가 걱정을 받을

정도로 술을 가까이 했는데 그건 남모를

괴로움이나 고통을 씻어내기 위한 몸부림

이었다는 것을 다른 이들이 몰라서 하는

말일뿐 술은 그렇게 아무도 해결해주지

못했던 일을 함깨해주는 좋은 동반자가 됐다.

 

퇴직한 사람으로 현직의 후배들을 만나는

일은 늘 부담이다. 어떤 연유에서건

후배들이 퇴직한 늙다리 선배와 어울리고

싶을까하는 우려가 있어서다.

 

자신의 구차함을 쓸데없는 자랑과

끊임없는 수다로 피곤함을 안겨줬던

선배들을 수도없이 봐왔던 기억이

그렇게 방어기제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대한 말을 줄이고 들어주고 간단한

안부나 물어주는 것으로 후배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지라는 즐거웠고

반가운 얼굴들이 같이 웃어주고

반겨주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

이래저래 음주량이 많아졌다.

 

아침 숙취를 이기지 못하고 늦잠을 잤지만

현역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며

쓴 웃음이 난다. 그렇게 반일 연가를 내고

늦잠을 잤을까 아니면 숙취를 안고

출근을 했을까......

 

남은 술기운과 날씨가 몸과 맘을

침잠하게 하지만 어제의 좋은 사람들과의

기억에 다시금 미소를 짓게 된다.

 

오전 일정은 망쳤고 정신차리고

오후 일정을 슬슬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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