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암 풍경
칠암은 아나고(붕장어) 회로
유명한 곳이다.
부모님 세대부터 그랬으니
그곳에서 좀 유명하다 싶은 곳은
대부분 최소한 4, 50년 이상
터를 잡고 있다 봐야된다.
어린시절 부모님을 따라
가본 기억으로는 바닷가에 초라하게
자리잡은 한적한 곳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맛도 모르고 따라가 바닷가 언저리에서
놀았던 어린기억과 억지로 끌려가
어른들의 놀이에 들러리 역할을 했던
좀더 지나간 기억이 있다.
2004년을 마지막으로
근 20년만에 칠암을 찾았다.
마지막 기억이 정확한 것은
의미가 있는 해였고 그 의미를
자축하기 위한 것이라 그렇다.
무슨일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부산에 살면서도 바다를 이렇게
넓게 멍하게 바라본게 얼마만인가
하는게 첫 느낌이다.
늘 호젓하고 한적한 곳으로만
여겼던 곳이 주차할 곳을 찾아
헤멜 정도로 북새통이다.
경제사정이 나아졌고,
접근성이 급격하게 좋아졌고,
휴일 문화가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20년만의 아나고 회는 배신없는
맛을 냈고 직접 재배해 내 논
겨울초는 그 자체로 신선한 단맛을 내
배가 터지도록 먹고도 모자라
주인을 졸라 밭에서 더 뜯어오게 해
봉지에 따로 담아 가지고 왔다.
예전 없던 공공건물들이
많이 들어섰고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게 분명한 좌판들도 즐비하다.
생선 말린것, 미역, 달래 , 냉이 등
다 사고 싶은 것들이지만 내가 애정하는
멸치젓갈은 보이지 않는다.
술김에 생선을 한무더기 들었다
동료들의 제지를 받고 멈췄다.
멋모르고 사갔다 욕만 들을게 분명하니
그냥 가서 다음에 같이 오는게
매를 덜 맞는 일이란다.
예보된 비가 한참이나 더 지나
천둥 번개를 동반해 내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가는 곳 하나하나가 그 의미를
갖게 될터고 가슴속에 남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만큼 칠암의 풍경도 변했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다시
오게된다면 그만큼 변해있을거란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