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사격
아침 출근길에는 양쪽 윗주머니와
오른쪽 바지 주머니를 항상 점검한다.
왼쪽엔 전자담배 오른쪽엔 휴대폰
바지에는 지갑과 차키를 확인해야 한다.
이렇듯 아무데나를 점검하는게 아니라
딱 이 세군데만 점검하면 된다.
총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가끔 정신줄을 놓을때도 있어 정해진
곳에 정해진 물건을 두게 된지 오래다.
마스크, 장갑, 종류의 약, 향수, 로션, 옷 등
내가 사용하는 물건은 정확히 정해진
자리에 둬야 잊지 않고 찾을 수 있다.
혹 바쁘거나 술이 취해 아무렇게나
던져놓거나 누군가가 청소를 한답시고
위치를 바꾸거나 옮겨놓으면 찾느라
열받는 것보다 포기하는게 나을 정도다.
50대초반 사내 축구대회를 하기전
몸풀기로 100미터 달리기를 했다.
50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자빠졌다.
불어난 몸에 비해 허약한 다리가
내 몸 전체를 지탱하지 못했던 거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전력으로 달린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산책로에서
천천히는 달릴 수 있는데 전력으로는
도무지 달릴 수가 없다. 달리는 법을
잊어버린게 분명하다.
고등학교때 13초를 끊었던 100미터를
다 달리지도 못하고 그 방법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나이를 먹었고 당연한 결과라
자위한다. 티미한 정신도 마찬가지고
※ 티미한 : 어름한, 뒤숭한(다소 멍청한)
건데 티미하거나 정신없는 짓은
젊고 늙음에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무시로 일어나는 일이란 생각도 든다.
급박한 상황이나 극도한 긴장상태일 경우.....
군시절 사격을 잘 못했다.
영점도 잘 못잡고 주간 조준사격에도
늘 점수를 못내 군기를 잡힌곤 했다.
사격장 군기 쎈거야 다들 알테니
얼마나 굴렀겠는가.....
야간사격도 한다.
야간에는 전방이 잘 보이지 않거나
아예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개머리판을
대충 배나 어깨에 견착하고 총구를
앞쪽으로 해 그냥 당기는 지향사격을
해야된다.
한참 사격을 하고 있는데 또 철모위로
지휘봉이 날아든다. '야이 새끼야
앞이 보이냐 왜 조준을 하고 지랄'이냐고...
나도 모르게 깜깜한 앞쪽을 보고 조준사격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도 사격이 안돼 한번 맞춰볼라고
그런다 왜 이 자슥아'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 멍청함은 이제껏 나만의 비밀로
아무도 모른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