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소, 토론, 논쟁
매일 아침의 즐거움인 목욕은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깨끗하게 면도를 한 뒤
가장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궈
어제의 찌든 몸을 정화하는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저온, 온탕, 고온탕 으로 이뤄진 둥근
세개의 탕이 또 원형을 이루며
위치한 탕에 각자의 취향에 따라
몸을 담그면 거기서 인사와
그날그날의 대소사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게 된다.
여기서는 일방적 주장을 내세우거나
첨예한 논쟁이 있을 수 없다.
그냥 툭툭 던지는 말에 수긍하거나
장단을 맞춰주는 그냥 담소의 시간이다.
요즘은 대화와 토론을 통한 소통이
일상화 돼 있지만 20여년 전만해도
곳곳에 펴져 있던 군사문화의 잔재로
조직에 올바른 토론 문화는
있을 수 없었다.
하의상달은 언감생심 오로지
상명하복의 일방적 소통이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소통부재가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고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브레인스토밍이니
뭐니 소통방식의 변화를 꽤하는 시늉을
하기는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사람이 바뀌고 시대가 변화면서
점진적으로 변화해 오늘의 소통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중요하든 그렇지 않든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떤 결정을 할때는 찬반토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결과가 말해주기 때문에
조직원들이나 주위의 선택에 정보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소통방식이 토론이다.
문제는 논쟁이다.
이는 상하관계에서보다 대등한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게되는데
같은 사안을 놓고도 보는 관점이
다를수도 있고 서로의 강점이나
약점을 두둔하거나 깍아내리는
대립적 대화방식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것이
정치논쟁이 아닌가 싶다.
꼭 필요하거나 전문가들의
공방이 아니라면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피해야 할 것이지만
어떤 계기에서든 시작하고 나면
그 끝이 참여한 사람들의 관계를
늘 서먹하게 만드는 금기의 논쟁이다.
담소나 토론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어느정도 있고
참여하거나 보는 사람도 흥미로울 수
있는 반면 논쟁, 특히 정치적 논쟁은
매번 진영논리에 갇혀 상식적인 생각
예리한 논리를 통한 공방 등
모든것이 매몰된다.
옳고 그림, 상식과 몰상식,
각종 검증된 정보가 설 자리가 없고
오로지 내편이냐 니편이냐의
흑백논리 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과거에는 지역적 편가르기가 심했고
지금은 진보와 보수, 신 구세대의
직면대립이 이런 양상을 보인다.
밤낮없이 찬반논쟁을 경주마식으로
보도하는 아침뉴스와 어줍잖은
정치논쟁으로 관계가 서먹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저리 힘들게
살까하며 든 생각이다.
그저 웃으며 묵묵하는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