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것들....
어린시절 시골집의 아침저녁이면
집집마다 굴뚝같지 않은 굴뚝에서
매캐한 냄새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물론 사람과 동물들의 먹거리를
장만하는 일로 인해 발생되는 풍경이다.
작은 동네에서 읍내나 부산으로 갈라치면
비포장 도로에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오가고 멀리서 한참을 뛰어가면
버스는 우리가 당도할때까지 또 한참을
기다려주는 인정스런 배려가 당연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떠나면
어딘지 모를 역에 정차해 잠시 쉬노라면
좌우로 넘어질 듯 우거지 봄볕 숲사이나
따가운 가을 햇살 나무사이로 난
달려온 기찻길과 나아갈 같은 길을
아스라이 바라볼수 도 있었다.
굳이 산책을 나가지 않아도 길을 걷다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크고 작은 나무가지와 잎
그리고 그 소리를 고스란히 보고 들을수 있었고
그 길 앙쪽으로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면 어린나이에도 괜시리
알수없는 상념에 잡히에 된다.
부산에 와서도 집 가까이 크고 작은
언덕과 산들이 주위에 즐비했고
거기에서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풀밭 누운 풀들을 보며 같은 느낌을 받았고
아직까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동네 어디를 가도 담장없는 집앞 뜨락은
빈곳에 파리만 왱왱거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그마한 꽃들이 잡초와 뒤엉켜 있다.
한켠에 쭈그리고 앉아 볕을 쬐거나
나무작대기로 의미없는 그리기로
소일을 하기도 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시내에서
간간이 보이던 지역을 대표하는 산들이
안보인지 오래됐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건 빌딩이요 아파트다.
오고가는 사람들은 다들 바쁘고
왠지 또 다들 화가 나 있는 듯하다.
완행열차가 지나던 간이역은 모두가 사라졌고
급행열차에서 제공했던 가락국수 한그릇
여유가 없어진지도 오래전 일이다.
아름들이 나무와 여러곳에 마련된 화려한
꽃들로 가득찬 화단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기마련이고 산이나 공원을 일부러 찾아야
과거 아무렇게나 보고 들을수 있었던
느낌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가끔씩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바삐사느라 또는 현상에 익숙해진지라
몰랐는데 TV광고에 나온 굽어진 철길을 보며
지금은 보이진 않는 것들에 대한 아스라한
상실의 마음에 뒤가 마려웠다.
시간은 흘러 지금의 시간이 과거가 될테데
이런 감정을 생각하고 다시 글로 남길때까지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