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20여년이 훌쩍 지난 일

oriwallace 2023. 1. 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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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쏜살같다는 말은

대개 나이가 많은 분들이 하는 말이다.

젊고 어릴때야 왜 그리도 시간이 안가는지...

 

시간이 빨리가고 더디가는 건

기억력의 차이라고 들었다.

지난 일을 잊지 않고 기억을 잘하면

세월이 더디가고 어제 한일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머리에 남아 있는게 없으니 그냥

세월이 빨리 가는것 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20여년 전 삼십대 후반 사십대 초반에는

조직의 허리로 혈기방자하게 일을 하던 시기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일을 처리하지 못하지

일을 피하거나 거부한적 없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겁없이 일을 쳐낼때다.

 

낮에는 각종 내외부 민원을 상대하고

전화받고 이리저리 쫓겨다니다 보면

정작 맡겨진 일은 못하고 퇴근시간후

대개 남아서 하게된다.

밤을 새는 일은 밥먹는 횟수와 경쟁해야 하던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조금은 쉬고 싶고

맡은 일이 많으니 딱히 내일이 아니면

어지간하면 안했으면 하는 맘은 늘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사무실에서의 금기사항이 두가지가 있다.

아침회의를 마치고 오는 부서장과

눈을 마주치면 안되고

또하나는 지금은 사라진 팩스앞에 얼쩡거리면 안된다.

 

부서장이 회의를 마치고 나올때 쯤이면

고참들은 대개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고

남아있는 졸들은 머리를 할수 있는대로

책상에 박아 시선을 피한다.

 

눈이 마주치면 일거리가 맡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무실에 들어서는 부서장의 일성은

고개들어라 이새끼들아였다.

이때 겁을 먹고 고개를 들면 안된다.

머리를 한대 맞을때까지 끝까지 버텨야 된다.

 

팩스 앞을 얼쩡거리다 부지불식간

문서를 드는 순간 그 일은 그사람의 일이된다.

다른 부서에 속하지 않는 업무가 우리 부서에

분장이 돼 있던터라 팩스가 수도없이 밀려드는데

처음에 뭣모르고 들었다 낭패를 본 후로

그 누구도 그 앞을 얼씬거리지 않는다.

 

날아온 문서가 차고 넘쳐 질질 흘러야

부서장이 욕을 하면서 버릴건 버리고

하나씩 불러 업무를 맡기고 그제서아

마지못해 울며겨자 먹기로 처리를 하게된다.

 

사실 팩스로 오는 문서야 버리는데 대부분이고

보고서 한장으로 끝날 업무가 많기는 하지만

재수없이 큰건이 걸리면 몇날 며칠을

시달려야 하기에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다.

 

일을 찾아서 하지 못하고 시켜야 하는

세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한다고 괜시리

젊은 직원들을 닥달하고 있지는 않은지

문득 생각이 들어 그때 기억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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