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사점(死点) Dead Point

oriwallace 2023. 1. 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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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쯤이지 싶다.

10월인지 11월인지 막바지 단풍구경을 핑계삼아

내장산 나들이를 했다가 이른 눈을 맞게 됐다.

눈내리는 곳에서 준비해간 된장을 끓여먹는데

그 맛과 운치를 잊을수가 없어 겨울등산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그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별 준비없이 시작했다가 장비부족으로

불편을 겪기도, 저체온증으로 죽을뻔한 일도

생기면서 차츰차츰 겨울 등산장비를 갖추고

4,5년가량 겨울 칼바람과 눈길을 헉헉거리며

그 묘미에 흠뻑취해 평생의 취미로 삼으려 했건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는가......

 

겨울산이든 여름산이든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정상의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매번 힘든 산행을 이겨내야한다.

지리한 길도 있고 숨이 끊어질 듯 비탈길을

한없이 올라야 할 때도 있다.

 

여기서 사점이라는 말이 나온다.

죽는 포인트지만 죽지 않고 견뎌내면

그 다음이 수월해 진다는 신체적 지점이다.

 

6단기어 자동차로 말하자면 4단이나 5단의

지점을 통과하면 6단기어로 탄탄대로 쉼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갈 수 있다는 이치가 되겠다.

 

이는 확실히 몸으로 느낄수 있다.

처음 등산로에 접어들면 땀이 날때까지

조금씩 힘들다가 쉬기도 애매한 중간쯤 비탈에

들어서면 극도로 힘이들고 왜 이런짓을 해야되는가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지만 많은 경험으로

이순간만 지나면 쉬워진다는 걸 잘 안다.

 

각 부서마다 팀 마다 일손이 부족하다고

문턱이 닳도록 내 방을 찾는다.

결정권이 없는 사람한테 와봐야 별 도움도 

안되는데 응원을 바라는건지 도움을 바라는건지

그렇게 당면한 이유와 찾아오지도 않아도 되는 이유를

들이대며 인력지원을 요청한다.

 

일에 대한 생각도 틀리고 방식도 대하는 태도도

다른 마당에 미래의 걱정을 끌어다 부산을 떠는게

마뜩찮지만 표를 낼 수는 없다.

충분히 공감을 표시하고 사점얘기를 꺼낸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구성원 모두가 12단 기어를

장착한 스포츠카들인데 6단 기어도 쓰지않고

쓰기를 두려워하고 있는게 아닌가 점검해 보라고 말이다. 

 

7단이 사점인데 5단부터 미리 걱정하고

용도대로 이용하면 얼마나 훌륭한 기기인지를

모르고  알려는 노력도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제발 사점까지 달려보라고 누누이 말을 하지만

먼 저세상 얘기냐는 투다.

 

정확한 지점을 알 수 없다는 함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어림잡아 알 수 있는 지점이 있음에

틀림이 없을텐데 알려고 하지 않거나 두려워

근처에 가져않으려는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수백억짜리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과 기량을 몰라

한번도 꽃피우지 못하고 청춘을 날려버릴까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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