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시골서 부산으로 이사오고
부산에서 여러번 이사를 한것은
모두 부모님들의 역할이었다.
그저 어린 우리는 가는 곳으로 따라가
거기에 적응해 살면 그만이었다.
결혼을 해서 전세집을 전전할때도
10여년만에 작은 집을 장만했을때도
이사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아내의 몫이었다.
그저 따라다니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세대주로서 내가 크게 기여한 바는 기억에 없다.
이후 한두번의 이사에서도 집 매도, 구입
인테리어니 가구배치, 새 제품 구입 등 중요한
모든일을 진두지휘 한 사람은 아내다.
그렇게 나에게 이사는 어릴때나 어른이되서도
크게 주어진 역할이 없이 그저 부동산에 와서
도장찍으라면 찍고 잔 심부름이나 하는 정도였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사옥을 이전하게 됐다.
대개 이전은 회사가 발전을 거듭해
보다 근무환경이나 출퇴근이 용이한
나은 곳으로 가는게 기쁜일이고 그렇게
좋은 맘으로 신명나야 되는데 그러질 못했다.
연이은 적자와 개선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모두의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조금은 어려운 지휘를 맡게됐다.
새로운 정착지의 인테리어에서부터
공간배치를 수백번 바꿔가며 고민했고
전문업체에 맡기기는 했지만 이사 또한
위치를 정하고 새롭게 모든 통신선을 깔고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나몰라라 하지말고 제발 사무실에 나와서
확인을 해 보라고 해도 귓등으로도 안듣고
곳곳에서 불만을 터뜨린다.
어차피 소소한 결함은 새롭게 수정을
해야겠지만 하는사람과 보는 사람의
불쾌한 이질감을 견디기 쉽지않다.
나흘간의 고생이 모자랐던지
첫 출근을 산뜻하게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나이브했고 아침부터
난리가 법석이다.
세상이 내맘같지 않은줄 알지만
많이 지친다.
2022.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