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노포
30여년 남짓 전 송광사라는 유명한
승보사찰을 찾은적이 있다.
주차장 어귀 커다란 나무아래
할머니들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흥겹게 춤사위를 시전하신다.
지금이야 너른 맘으로 백번이해하고도
남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게 또 꼴불견이라
생각했고, 그런 일들은 유명관광지와
유원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젊은 청춘들이 어디어디에
삼삼오오 모여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듯
그분들의 놀이문화를 너무 젊은 잣대로 재단해
불쾌감을 표출했던것 같다.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성지곡수원지도 마찬가지였다.
곳곳에서 불콰한 얼굴로 흥을 돋구는 어르신들을
만날수 있었고 선술집 같은 공원내 매점에서는
온갖 종류의 주류로 거기에 맞는 이들의
놀이마당을 제공하고 있었다.
기름냄새 낭자한 각종 전들과 튀김들
오뎅국물에 말아놓은 국수와 우동들은
입맛을 동하게 했지만 찌든 술냄새는
늘 불쾌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무심히 세월이 흘러
내가 그나이가 되었다.
세월이 변해 그나이에도 경제생활을
해야하고 문화와 과학의 발전으로
신체도 건강하고 노는 문화도 달라졌다.
그래도 파전에 막걸리는 빼놓을수 없는
즐거움의 하나였는데 이제는 요즘
젊은이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사색과 산책, 건강한 숲의 공간에서
술냄새와 기름냄새 소음을 이해할수
없다는 오래전 우리의 생각을 그들이
하지 않을리 만무하지 않은가....
시대에 맞는 고급커피숍이나
간단한 스낵을 파는 공간으로의
변화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래도 한두군데는 시설을 깨끗하게 하고
소음과 냄새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
살아남아주기를 바랐는데.......
아예 음주가무가 금지가 돼버렸다.
한적한 숲속에서 술한잔의 즐거움을
만끽할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그래도 오래된 노포를 잃은듯한
섭섭함은 오래도록 갈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