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편견에 가까운 우상의 대상이 있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남긴사람,
유명한 연주가, 고독한 소설가
대단할 것만 같은 정치가...
그 중에서 단연 으뜸은 자기를 희생해
평균이하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던 돕는 사람들이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집회를 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국민들의 행복한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밤낮없이 고뇌하고 일하는 위대한 정치인들...
매월 만원씩 이만원씩 정기후원을 하며 이름도 절도 모르는
국내외 수많은 이들의 삶을 지탱해 주고있는 셀수 없는 장삼이사들...
그 이외에도 내가 우리가 모르는 선행을 드러냄없이
노블리스오블리제를 행하고 있을 사회지도층 등등...
그중 최근에 내가 가장 고결하게 생각하는게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일신의 안위를 뒤로하고 투쟁을 마다않는 노동운동가들인데....이게 좀 ...뭐 그렇다.
개인적인 실망과 의구심이 있는 마당에도
집권여당의 유력한 정치인이 "대한민국이라는 숙주에 기생하는 기생충인가
바이러스이다" 라며 모멸적인 발언을 했을때는 이건 너무한게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이에 대한 특별한 반응을 본 기억이 없다.
대꾸할 가치가 없는 말이라도 그정도의 유력인사가 언론에 대고 떠든 말인데
대한민국 내노라하는 노동단체가 무반응을 보인것도 놀랍다.
노동조합 연수에 사측대표로 초청을 받아갔다.
내용은 가열차고 투쟁적이었고 분위기는 엄숙하고 장엄했다.
배운것도 있었고 반론의 여지도 있었지만 그렇게 끝내고 회식자리를 갖게 됐다.
질풍노도 청춘의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조금 관조적인 자세를 가지게된 나는
그들의 회식자리는 그들이 지향하는 이데올로기와 연수에서 보여준 도덕적 우위를
그자리에서도 조금의 흐트러짐이 있더라도 큰 분위기는 견지해 낼 줄 알았다.
내가 우상으로 생각했던 사람도 이들도 저들도 그저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오래전 내가 내린 결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그 우상의 드러난 실체가 내 생각의 정체성을 망가뜨리고
인생자체를 엉키게 만들어 아직도 헤메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전태일 열사 이소선 어머니에게 욕되지 않는 삶을 살아나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