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소확행

oriwallace 2018. 12. 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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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후 10여년이 흐른 정도였을때지 싶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지금 어머니가 경험으로

획득한 인생의 지침, 노하우를 누군가가 이어받아

그 명맥을 몇가지라도 습득해 물려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들면 제사준비, 김장담그기, 가족이 즐겨먹는 래시피 등....

 

그런 생각만 혼자 간직한 채 또 몇해가 지났고

어머니가 병들자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김장김치를 처가집에서 얻어먹어야 할 형편이 됐다.

 

제사상 준비는 수년간 옆에서 보고 들어 알게됐고

몇가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아내가 전수를 받거나 독학을 통해

그 명맥이 끊기지는 않게 생겼는데 김장김치를 꼭 직접담궈야겠다는

강박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장모님댁에서 같이 시작한지가

5-6년 됐는데 그마저도 기력이 달린 장모님이 포기를 선언해

올해는 우리집 단독으로 해보기로 했다.

 

5-6년전 처음으로 김장준비를 해보며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힘든 일을 우리 어머니들은 어떻게 혼자 준비를 하고

다 마무리를 하셨는지...매년 기적을 행하신듯 하다.

물론 동네 아주머니들이 함께 즐겁게 어울려 쉴새없는

수다를 곁들여 며칠에 걸쳐 부산을 떨든 기억은 남아있다.

 

 

장을 보고 양념을 준비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부부를

진두지휘한 아내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준비된 배추에

양념을 치대는 그일이 결코 만만치 않음에도

그때 만큼은 아무생각없이 나와 내가족과 이웃이

함께 먹을 1년치 음식을 장만하는데 일조를 한다고 생각하니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했다.

 

일을 마무리하고 깨끗히 청소까지 마친후

수육과 직접만든 김치와 갓지은 밥을 다같이 들러앉아

먹을때는 이런것이 우리같은 소시민이 느낄수 있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작은 행복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이런 소소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삶이 되기를 담담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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